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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행기만 타면 귀 아프다면… "탑승 전 '이것' 꼭 준비하세요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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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행기 이착륙 시 귀가 일시적으로 먹먹해지는 것은 누구나 겪는 흔한 증상이다. 하지만 이 먹먹함이 심해져 통증이나 청력 저하까지 나타난다면,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'항공성 중이염'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.

이비인후과 전문의 유신영 원장(명동연세이비인후과의원)은 "비행기 이착륙 시 기내 압력과 중이 내부의 압력 차이를 조절하는 이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귀 먹먹함이나 통증이 생길 수 있고, 심해지면 항공성 중이염(가압성 중이염)으로 이어질 수 있다"며, 증상의 발생 원리를 이해하고 몇 가지 방법을 알아두면 예방과 대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.

이∙착륙 시 귀 안팎 기압 차이 발생… "고막 압박해 통증 유발"
항공성 중이염은 기내 기압과 귀안의 압력 차이가 제대로 조절되지 않아 고막에 무리가 가해지면서 발생한다. 특히 이착륙 시 기압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기 때문에, 귀가 먹먹해지거나 통증이 생기기 쉽다.

이때 압력 차이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'이관'이다. 이관은 코 뒤쪽과 중이를 연결해 고막 양쪽의 압력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통로로, 정상적으로 열려 있어야 압력 조절이 가능하다. 그러나 이관이 제대로 열리지 않으면 고막이 안팎으로 심하게 밀리며 늘어나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.

유신영 원장은 "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기내 압력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중이 내부는 아직 지상과 같은 기압 상태라 고막이 바깥쪽으로 밀리면서 귀가 먹먹해진다"며 이때 여러 번 침을 삼켜 이관을 열면 이관 속 공기가 빠져 압력이 맞춰지면서 증상이 완화된다고 설명했다. 비행기가 이륙한 뒤에는 기내 압력이 약간 낮아진 0.96기압 상태로 유지된다. 이때 이관이 열리면서 귀 안쪽 압력도 자연스럽게 맞춰져, 기내와 귀안의 압력이 같아지게 된다.

반대로 착륙할 때는 기내 압력이 다시 1기압으로 올라가는데, 중이는 여전히 낮은 압력(0.96기압)을 유지하고 있어 고막이 안쪽으로 당겨진다. 유 원장은 "이륙할 때보다 착륙할 때 중이 안으로 공기를 밀어 넣는 것이 더 어렵고, 이관이 쉽게 잠기기 때문에 침을 삼켜도 잘 열리지 않아 증상이 더 오래가거나 통증이 더 심할 수 있다"고 덧붙였다.

비염, 감기 앓으면 통증 더 심해… 하루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진료받아야
귀 먹먹함, 이통(귀 통증), 청력 저하, 귀가 꽉 막힌 듯한 이물감 등의 증상은 일부 사람에게만 일시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, 비행기를 탈 때마다 매번 같은 증상을 겪는 사람도 있다.

유신영 원장은 "이관 주변의 코나 비인강 점막 상태도 이관의 압력 조절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"며, "귀가 먹먹한 증상이 나타날 때는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돼 근육과 혈관이 이완되고, 코 점막의 혈관도 팽창하게 된다"고 설명했다. 감기나 만성·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 사람은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으며, 기내에서 음주를 하거나 깊이 잠들 경우 부교감 신경이 계속 활성화돼 증상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.

비행 후에도 증상이 1~2일 이상 지속되거나, 귀에서 진물이 나고 발열이나 청력 저하가 동반된다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. 유 원장은 "귀 내부 구조의 이상이나 이관 기능 장애일 가능성도 있다"며 "고막 손상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"고 강조했다.

비행 전 대비하면 예방에 도움… 증상 완화는 '이렇게'
항공성 중이염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지만, 특히 이관 기능이 약한 사람은 증상이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. 이러한 증상을 자주 겪는 사람이라면, 예방법을 익혀 미리 대비하면 발생 가능성을 줄이거나 증상을 덜 수 있다.

다음은 항공성 중이염 예방법과 증상 발현 시 대처법이다.

• 사전 예방법

① 비염 치료제 복용 : 비염, 감기, 축농증 등으로 코 점막이 부어 있으면 이관이 막히기 쉬우므로, 탑승 전 이비인후과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. 항히스타민제나 혈관수축제와 같은 약물을 미리 복용하면 점막 부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.

② 침 삼키기, 껌 씹기, 하품하기 : 이관 개방을 돕는 기본적인 동작들로, 이착륙 시 반복해 주는 것이 좋다.

③ 기내 음주 및 깊은 수면 자제 : 음주나 깊은 수면은 부교감 신경계를 자극해 이관 개방을 방해할 수 있다. 착륙 2시간 전에는 가볍게 움직이며 몸을 깨우는 활동이 도움이 된다.

• 증상 발생 시 대처법

① 발살바 호흡법 : 코를 막고 입을 다문 상태에서 숨을 부드럽게 밀어내듯 내쉬어 귓속 압력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다. 단, 너무 세게 하면 고막 손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.

② 자세 바꾸기, 물 마시기, 침 삼키기, 하품 반복하기 : 좌석을 약간 기울이거나, 턱을 당기고 하품을 하는 등의 자세 변화도 도움이 된다.

참고로, 고속 엘리베이터를 탈 때 느껴지는 귀의 먹먹함 역시 항공성 중이염처럼 귀 안팎의 기압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이다. 이 경우에도 하품을 하거나 침을 삼키는 동작이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.